다채의 블렌딩티 ‘계간다채’
다채의 블렌딩티를 소개할게요.
이름은 계간다채입니다.
다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이야기를 차에 담고 싶었습니다.
고정된 형태의 상품으로 만들기 전에 미리 선보이고 반응을 모은 뒤,
그 중 좋은 평가를 받은 것들을 선보이는 다채의 실험적 블렌딩티입니다.
브랜드가 시작할 때부터 함께했던 애증의 유자홍차에 이어
(유자홍차에 대해서도 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지요)
잎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블렌딩티를 선보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다른 재료로 픽셀을 채워 맛의 해상도를 높여보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왠지 다채의 것이 아닌 것 같고, 다른 브랜드에 진열해도 어색함이 없을 것 같아 망설여졌죠.
재료가 한정되어 조금 거칠더라도 재료부터 직접 다루는 것이
이미 충분히 많은 ‘다르지 않은 것’의 가지수만 늘리는 것보다
‘다채로운 것’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간다채 작년 가을호 AS
계간다채의 작년 가을 블렌딩은 가장 안정된 평가를 받았더랬죠.
다채의 청차에 유자피와 은목서꽃이 블렌딩 되었습니다.
재료는 모두 직접 가공한 것을 사용하였습니다.
처음엔 녹차를 베이스로 사용했지만 덖음녹차 특유의 구운듯한 끝맛이
다른재료들의 청량함을 방해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요.
베이스를 청차로 바꾸니 더 어우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한 곳 고쳐진 것은 차와 다른재료들의 함량입니다.
처음엔 차의 비율이 좀 더 높았더랬습니다.
차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차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묘한 자존심 같은 것이 있어서
차는 이 정도는 들어가야지, 했었습니다. (이런 로직은 어디서, 어째서…)
여러 시음을 하던 중 제다선배님으로부터 좀더 향이 치고 나왔으면 좋겠다는 품평을 듣고
조화에 집중하기보다 주의주장을 해버린 것은 아닌가, 쨍그랑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계화와 유자의 함량을 늘려 향을 살리는 방향으로 조절된 것이 최종본입니다.
다시 시음한 결과 차맛이 아쉽다는 반응, 역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좌절,
하지만 전체적인 반응이 나아졌기 때문에 평균의 기호를 쫓기로 하였습니다.
피드백 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맨 처음 시도했던, 녹차와 금목서의 조합입니다.
새벽같은 녹차의 짙푸름과 샛별 같은 금목서의 밝은 빛, 조합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금목서는 좀 더 농한 향, 은목서는 좀 더 청한 향으로 기호에 따라.
계화에 대하여
작년 가을호 블랜딩은 재료가 넉넉치 않아 아쉽게도 많은 양을 생산해 내지 못했습니다.
잊을만 하면 문의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황송하기도하고 죄송했었지요.
이건 다 목서꽃, 계화 때문입니다. (계화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한 구분은,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나중에 따로)
잎이 단단하고 거치가 가시처럼 돋아 손등에 빨간반점을 찍어댑니다.
요리조리 피해가며 잎 겨드랑이 부분에서 우산살처럼 펼쳐진 꽃차례 전체를 상처없이 떼어내는 작업은,
고달프지요.
꽃이 질때 쯤 바닥에 깔개를 깔고 막대기로 탈탈 털어내서 이물을 제거하고 쓸수도 있겠지요.
꽃의 성숙도에 따라 향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사용하고 싶은 향기에 따라 채취시기와 방법을 달리하면 됩니다.
꼭 뭐가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다만 개인적으로 꽃색이 흐려져 아름답지 않은 것이 싫고,
분내라고 해야할까요, 꽃가루가 걸리는 느낌이 청량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채취합니다.
왜 스스로에게 향하는 고집을 부리고 있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목서꽃이 필때면 부러 찾아가보는 이웃마을 할머니댁.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무가 좋다니 맞아주시며,
당신께서 이 집에 살기 전부터 있던 나무라는, 사위가 잘 관리해 주신다는, 저쪽에 금목서도 있다는 등등.
마루에서 아무 허드레차나 마셔도 온몸에 향기가 가득할 것 같습니다.
두둥!
목서, 구골나무?
사실 카페쇼에서 반응이 좋아서 내심, 아직 채 꽃을 피우지 않은 나무들을 떠올렸습니다.
개화가 다른 나무들보다 한달이나 늦어 , 12월 초 눈발이 날리던 어느핸가도 하얗게 창백하게 달려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찍 피운 개체들보다 향기가 떨어져 차로 쓰지 못했습니다.
봉숭아꽃향에 목서향이 약간 섞인정도,
눈에 보이기도 전에 향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앞선 것들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한달 일찍 핀 개체들보다 경쟁상대가 적어서 향기를 만드는데 애써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는건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예년보다 조금 더 빨리 개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지요.
카페쇼 마치고 왔더니 마침 꽃이 가장 좋을 때였지만, 역시 향이 멀리 퍼지지 않아 실망 가득했습니다.
같은 목선데 개화시기가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수 있나 싶었지만,
조생종, 만생종 정도의 차이겠거니 무심코 넘겼었지요.
좀 더 정보를 얻고자 책을 뒤지다보니 같은 과, 목서 뒷면에 항상 따라다니는 구골나무!
12월초 개화! 도감에 실린 사진들이 거의 무늬종이다보니 뻔히 보면서도 한참을 몰랐습니다.
개화한 구골나무가지를 꺽어서 꽃이 진 은목서와 비교해보니 잎이 좀 더 작네요.
부모님의 기억을 더듬어 두 개체의 출처가 다른 것까지 확인하고 품종이 다른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올 가을께나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려다 이렇게 긴 글을.
2017년 봄 블렌딩도 기대해주세요.
마찬가지로 박람회 다니며 몇몇분들과 시음하고 선물드린 적이 있는 블렌딩입니다.
재료는 다채의 시그너쳐(라고 주장하는), 목련이 사용됩니다.
보기에 화려할 것을 기대하고 만들었는데 살짝 실망했지만,
너그러운 분들은 정성을 좋아해주기도 하셨지요.
의외로 조화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라 선보여보자 했습니다.
같이 만들어 간다는 느낌으로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샘플티를 위해 주소 남겨주신 분들께는 올해도 역시 향기로운 봄소식 드리겠습니다.